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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가 태어난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그동안 기린이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고,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는가 하면 예방접종의 세계에도 한발 내딛은 상태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출산과 수술 후의 육체적 · 정신적 데미지를 복구시킬 겨를도 없이 육아라는 엄청난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이를 악 물고 견디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는 6일 동안 입원했었는데, 무통주사를 투여받았던 이틀 동안은 '애 낳는 거 별거 아니네' 라는 망언을 할 정도로 살만했었다. 그러나 그 후의 시간들은 고통이라는 하나의 단어로만은 표현될 수 없는 그야말로 수행의 기간이었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통증에 저절로 울음이 터져나왔고, 마치 하반신과 상반신이 별개의 개체가 된 듯한 그 이질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런 와중에도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새벽녁에 발을 질질 끌면서 기린이에게로 갔던 나는 생각보다 이기적이지 않은 인간이라며 스스로를 칭찬해본다.

출산 후 가장 힘이 들었던 것은 몸조리와 함께 육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생아기의 육아라고 하면 크게 수유와 기저귀 갈아주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간단해보이는 일이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는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게다가 아직 완전히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략 2시간 단위로 울어대는 아기를 밤낮 없이 돌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미 엄마라는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우는 소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 사실이 나를 더욱더 우울하고 힘겹게 만들었다. 그것은 기린이가 배고프지만 않으면 울지 않는 순둥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한시도 손길을 놓을 수 없는 무력한 존재인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물론 기린이를 보고 있으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랬던 기린이를 정말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처음으로 기린이와 함께 침대에 누웠던 날이다. 그날 침대가 있는 안방은 좀 추운 편이었다. 그래서 곁에 있는 기린이를 품에 안았는데 기린이에게서 느껴지는 온기에 내 몸도 따뜻해지는 게 아닌가. 겨우 3kg이 넘는 이 조그만 존재가 내뿜는 따스함이라니(사실 아기의 체온은 성인보다 1도 정도 높다). 순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내 곁에 있는 이 작고 연약한 존재가 이렇게 힘이 될 수도 있구나 하고. 네가 그동안 내 배 속에 있던 아이구나. 그리고 이렇게 내 옆에 있구나.

내게 있어 2011년 11월이라는 시간은 그동안 보내왔던 시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다. 11월이 스킵되어 눈을 떠보니 10월에서 12월로 바뀌었다는 느낌이랄까. 어떻게 한 달이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제이도 그리고 기린이도 조금씩 적응하는 중이다.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만 해도 정말 배가 고플 때만 울던 기린이는 이제 안아주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되었고, 기저귀가 불편하면 울음으로 자기표현을 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난 아직도 기린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낯설게만 느껴지지만 기린이의 맑은 눈을 보고 있으면 나에게 이런 아이가 왔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기린아, 사랑한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주렴. 그리고 제이. 당신이 있어서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PS. 우리 부부는 아직도 기린이라는 태명을 버리지 못하고 기린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사실을 엄마가 아시면 혼나겠지만……. 기린이라는 이름에 너무나 정이 들어서 버리기가 쉽지 않다. 기린이라는 태명은 순전히 내 취향에서 시작된 것인데, 누군가 물어보면 동물 이름이 아니라 기린아麒麟兒의 기린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동물 기린을 좋아하기도 한다. 하하하. 그런데 의외로 기린아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태명을 말하고 꼭 뜻을 알려주었다. 기린아는 재주와 지혜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내가 꾼 기린이의 태몽이 지혜로운 아이를 낳는다는 그런 거였는데, 그것과 연관지어서 기린이라는 태명을 짓게 되었다. 참고로 기린아의 일본어는 키린지(きりんじ)이다. 하하하.